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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사실 귀여운 것이다
아무도 내 실수를 싫어하지 않아. 싫어하는 건 내 실수를 미워하는 나 뿐이야.
2025. 1. 19.
불안은 사실 귀여운 것이다
아무도 내 실수를 싫어하지 않아. 싫어하는 건 내 실수를 미워하는 나 뿐이야.
불안은 사실 귀여운 것이다.
불안은 사실 귀여운 것이다.
잘하고 싶은데
무대에 서야 해서
덜덜 떨고 있는 어린 꼬마 같은 것이다.
잘 하고 싶다
실수하기 싫다
멋진 내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었으면 좋겠다
100년 후 바라보면 사라지고 없을
아무것도 아닌 것 때문에
가슴 졸이고 벌벌 떠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엽고 안쓰럽고
그래서 귀여운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아이에겐 그 무대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일 수 있다.
두고두고 남아 인생에서 꼭 기억될
큰 사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나고 보면
우리가 무서워서 불안에 떨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은 없다.
불안은 사실 생존에 필요한 것이라서
오롯이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나쁜 것은 오직 지나친 불안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하지 않는 상태이다.
한때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이
내 머릿속에 크게 박혀 있었다.
안 그래도 내향적인 성격의 나는
실수도 하지 않으려 더더욱 말을 아끼고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고 했는데
상호적인 대화와 소통을 쌓아 올리는 것이 기본인 인간관계에서 과묵함이란 그저 무뚝뚝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내가 아무에게도 상처 주고 싶지 않은 다정한 마음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사실 내가 상처받기 싫은 마음으로 가득 찬 이기심과 소심한 그 자체였다.
상식적으로 누가 먼저 밝게 인사를 했다고,
날씨를 물어봤다고,
필요 없는 소소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고 정색을 하며 싫어하겠는가?
아무도 내 실수를 싫어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건 내 실수를 미워하는 나뿐이다.
우리는 그렇게 나 자신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얼어붙는다.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전쟁 중 숨어있는 것처럼 숨죽이고 가만히 있는다.
가만히 있으면 버림은 받지 않으리라는
불쌍한 희망을 안고.
그렇게 온 세상이 추우니까
얼어붙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수없이 매몰차게 나를 버린 것은 나 자신이었다.
실수하기 싫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실수는 안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된다.
아무것도 안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에게 사랑받기란
쉽지 않다.
이야기가 있으려면 시작과 끝이 생겨야 하듯이
서사가 있어야 사랑도 시작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어떤 서사라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 겪는 과정이 멋지든 구리든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시작했느냐니까.
멋지게 만드는 것은 나중 일이다.
나는 불안이 얼음 땡 놀이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땡 하고 움직여야 한다.
나 자신이 스스로 걸렸던 마법에서
언젠가는 나를 풀어주고 행동해야 한다.
적당한 불안, 건강한 불안이란 자동차에 작동 이상이 감지되었을 때 반짝이는 체크등 같은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멈춰서 보고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체에 압도당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를 압도해 버릴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많이 먹거나, 많이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혹은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거나
문득, 아 나 지금 불안해하고 있구나
알아차리는 순간이 온다면
지나치지 말고 멈춰서
가만히 봐줘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아이와 이야기하듯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왜 불안하니?
뭐가 무서워?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추궁하듯이 말고 순수하게
불안에 떨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그것을 불안을 귀여워하는 여유로
살짝 바꿔치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신기술이 계속 나온다고 하지만
100년 후면 우리 모두 지금 여기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몇 시간짜리 무대이든 우리는 여기 잠시 왔다가 언젠가 퇴장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우리는 사실 우주먼지만큼 작고 짧은 삶을 살고 있다는 그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린 언제나 자신을 귀엽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귀엽게 살다 가자.
불안마저 사실을 귀여운 것이니까.
우리는 모두 귀여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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