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나 홀로 숲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인생이 고독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
나는 이제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어왔던 모든 길과 발자국
꼬불꼬불 우왕좌왕 서툴기도 하고
한 길만 쭉 걸어와도 끝내 주저앉거나 포기하고
방향을 바꿔버리기도 했다.
그 모든 것이 이어지고 이어져 지금 내가 선 자리까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뒤돌아 본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과거는 언제든 뒤돌아 볼 수 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지만
과거는 언제나 우리의 기억 속에 함께 있다.
어떤 삶을 살았건
그 내용이 좋았건 나빴건은 중요한 게 아니다.
과거와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는
미래로 나아갈 힘도 얻을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외롭다고 느꼈던 이유는 나에게 옳은 길을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숲에 나 홀로 있다고 느껴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인생은 모두가 혼자다.
그건 아무리 우리가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소울메이트를 만나도, 절친한 친구, 화목한 가정 안에 있어도. 그 어느 누구도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정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인생에 정답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니까.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기거나 다단계이거나
자신이 걸었던 길이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남에게 훈수를 두며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떠드는 말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요즘 소셜 미디어는 묻지도 않았는데 잘 사는 법, 돈 버는 법을 가르쳐 준다.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카페, 맛집, 온갖 정보와 사람들로 시끄럽다. 그런 말들을 듣고 있자면 나는 이제껏 바보처럼 살아왔던 것 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소중했던 나의 일상이 한순간에 볼품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특히 남을 깎아내리며 인생의 정답을 설파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현재 내놓을 수 있는 결과만 취급하려 한다는 것이다. 가능성이 살아 숨 쉬는 나의 미래와 역사가 있는 나의 과거를 단칼에 잘라버린다.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만 집중하는 것은 나의 시야만 좁게 만들고 내 가슴만 졸이게 할 뿐 나를 한 치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렇게 노력과 번아웃, 달리기와 쓰러짐을 반복하며 숲길을 걷고 걷던 나는 어느새 진정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뭐가 문제인 걸까?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항상 어딘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뭔가 부족하다고.
항상 옳은 길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 길을 찾아야 한다고.
노력으로 채우고 성과를 맛봐도 잠시뿐
누군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은 용납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뛰고 있지 않은 순간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잘못된 것은 없었다.
단지 나의 불안이, 욕심이, 어리석은 판단이
내 시야를 뒤덮고 있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