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있음의 세계에서 살기로 했다.
내가 가진 모든 크고 작은 것들을 똑바로 보고
감사하고 인정하는 일.
수영장이 딸린 집은 없지만
마시고 씻을 물은 항상 있다.
물은 다 같은 물이다.
돈이 다 같은 돈이듯이.
집에 수영장이 없다고 해서
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자라면서 용돈을 받아본 적은 없지만
집에 굴러다니는 동전은 많았다.
그 동전으로 매일 과자 하나씩 사 먹었다.
참 자유롭고 행복한 나날이었다.
가끔씩 어른들께 받은 용돈이나 세뱃돈은
내 손을 스쳐 엄마의 지갑에서 생활비로 다 녹아버렸지만
엄마는 내가 옆집 아이랑 놀다가 맞고 왔을 때
백화점에 데려가 빨간 떡볶이 코트를 사주셨고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살아있는 토끼를 선물받기도 했었다.
행복했던 추억이
그것뿐이랴.
밤하늘의 별 보다 많을 것이다.
나는 겁에 질려있는 어린 시절 나에게
귓속말을 해주고 싶다.
괜찮아
네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든
하지만 잊지 마
우리가 원하는 만큼 돈이 없다고 해서
돈이 정말 없는 건 아니야.
사는데 필요한 물과 공기처럼
게임판을 돌고 돌며 항상 있는 것이 돈이다.
우리가 사는데 남은 평생 필요한 물과 공기의 양을 계산하며 살지 않듯이
돈도 똑같다.
지금 가난하더라도 심지어 마이너스라도
사는데 돈이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까.
나는 내 머릿속에서만
가난했고
돈이 '없다'라고 생각했었을 뿐.
내가 진정 가난했던 시간은 한순간도 없었다.
그리고 가난하고 돈이 좀 많이 없으면 뭐 어때?
그래도 나는 사랑받아왔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걸.